박시월
박시월 작가의 작업은 타인의 행복한 기억을 수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흩어진 기억을 모으듯이 얇은 선들을 반복적으로 그어 희미하고 불투명한 드로잉으로 기록한다. 그런데 타인의 가장 내밀한 경험과 기억을 수집하는 방법이 있을까?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유명한 라캉의 주장을 떠올린다. 타자의 서사가 곧 나(주체)를 구성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모든 아이디어와 주장이 반드시 현실이 되고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예술가의 인식과 주장은 더욱 그렇다. 박시월 작가의 연필 드로잉은 전통적인 드로잉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작품의 주제와 제목 또는 작업노트에서는 매우 사변적인 주장을 펼친다. 사적이고 소소하며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우연히 경험하게 되는 것을 드로잉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타인과의 관계와 공감, 소통의 문제는 현대 예술가들의 가장 중요하고 오래된 화두이다. 박시월 작가의 연필 드로잉 또한 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드로잉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은 특별한 인내를 요구한다.
박시월 (b.1993)
2020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수료
2018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미술학부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21 아무것도 아닌 날들 중에서, 소금나루 작은미술관, 울산
2021 남겨진 조각들은 서로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룬트갤러리, 서울
주요 그룹전
2022 선택된 이야기, 옥상팩토리, 서울
2021 켜켜이 쌓인 굴절된 이미지, 그어떤 갤러리, 청주
2021 PO & PO 프로젝트, 장생포 고래로131, 울산
2021 기저효과, 갤러리 한, 일산
2021 내향적 전시, Space +, 안성
2021 밤의 숲, 옥상팩토리, 서울
2020 제 3의 과제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2020 INTERMISSION, GGI gallery, 안동
레지던시
2022 춘천예술촌, 춘천
2021 북구예술창작소, 울산